99.5%와 93%의 차이 컴퓨터

흔히들 우리나라의 웹은 MSIE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을 하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완전히 그렇지만은 않다. IE가 아니면 처음부터 차단을 시켜서 아무것도 안 보이게 하는 몰상식한 사이트는 거의 없다. 하지만 사이트의 상당수가 부분적으로 IE로만 이용할 수 있게 페이지를 만든 경우는 매우 많다. 페이지가 열리지 않거나 로그인과 같은 중요한 기능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핵심 기능을 액티브X로 작성하는 경우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이용은 가능하지만 레이아웃이 깨지는 문제까지 합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사이트를 찾는 것은 생각 외로 쉽지 않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IE의 사용자가 99.5%에 달한다고 하니 이 문제는 공론화조차 되기 어렵다. 불만의 목소리는 너무 작아서 기업에 수정을 요구해도 '어렵다'는 메일이나 받기라도 하면 다행인 것이 현실이다. 그냥 응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외국도 IE가 지배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TheCounter.com5월 통계를 보면 전체 페이지 히트의 약 95%의 이용자가 IE를 이용하고 있고, 다른 통계에도 최소 90%는 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저 정도면 대부분이라 봐도 큰 무리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외국의 페이지는 IE가 아니더라도 이용하기에 불편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어째서 이런 것일까? 한 가지 이유는 외국은 장애인 시설이나 복지 제도 등 소수자에 대한 배려가 잘 되어 있는 것이 웹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특히 공적인 페이지는 IE나 모질라와 같은 일반적인 그래픽 브라우저뿐만 아니라 그래픽 환경이 아닌 곳을 위해 lynx같은 텍스트 브라우저는 물론 시각장애자를 위한 음성 브라우저를 위한 환경도 갖춘 곳이 많으며, 일반적인 페이지도 이러한 곳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다 되지는 않는다. 특히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의 홈페이지에서도 대부분 비 IE의 환경을 배려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통해 비 IE 사용자를 배려하는 것이 그러지 않는 것에 비해서 기업에 이익이 되는 것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다. 즉, 가능한 한 모든 사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페이지를 만듦으로써 7%의 사용자를 더 끌어들이는 것이 이 7%를 버리고 홈페이지 구축 비용을 절약하는 것보다 이익이 된다는 뜻이다.

모르기는 해도 모든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웹 페이지를 만듦으로써 기업의 지출이 7%까지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다 못해 웹 페이지 만는데 드는 돈을 다 합해도 7%까지 가지도 않을 것이다. 각 브라우저마다 페이지를 새로 만들고 시스템을 새로 구축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추가되는 비용은 별로 없다. 기업 전체로 보면 정말 미미할 것이다. 반면 7%의 사용자를 잃으면 단순한 계산으로도 기업은 매출액의 7%는 손해보게 된다. 어쩌면 더 손해가 클 수도 있는데, 서비스가 사용자 상호간의 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해서 매출액이 사용자 수의 제곱에 비례한다고 하면 약 13.5%의 손해를 보게 된다. 실제로는 손해가 이것보다는 적겠지만 7%만 돼도 절대로 기업에서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다.

또한 마케팅 이론에 의하면 불만있는 사용자 한 사람이 끼치는 잠재적인 손해는 만족한 사용자 한 사람이 주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크다고 한다. 7%면 약 1/14의 비율인데 특정 브라우저로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로 불만을 가진 사람이 14명 중 1명이면 그 수가 굉장히 많은 것이며 이러한 사용자가 나머지 93%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크다. 특정인을 배제함으로써 생기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웹에서는 이런 식으로 공익 또는 명분을 강조하지 않고 순수히 이익만을 좇는 것만으로 지원을 기대하기는 너무나도 어렵다. 우리나라와 같이 획일적인 사회 풍토에서는 다른 웹브라우저의 존재에 거부감을 가지며, 0.5%의 사용자는 무시해도 될 정도의 규모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실력없는 웹개발자들은 IE용 페이지만 만들줄 아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0.5%를 지원하기 위해 드는 비용이 0.5%로 인해 얻는 이익과 비교해서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안이한 생각으로 외국에 진출한 업체들의 이미지가 손상받는 일도 자주 있다고 한다.

과연 이 난관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비록 IE는 표준 지원이 엉망이고, 보안 관련 버그도 많고, 보안 패치를 제외한 브라우저의 개발도 사실상 중단되었지만, 보통 사람은 그저 IE가 좋은 줄로만 알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페이지는 IE에 맞춰서 만들어져 있어서 무작정 바꿨다가는 오히려 IE에 대한 충성도만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전체적으로 의미 있는 수의 사람이 IE를 버리는데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IE를 쓸 수는 없다. 리눅스처럼 IE가 탑재되지 않은 운영체제도 있다. 맥용 IE는 구현이 너무 달라서 이름만 IE라 봐도 된다. 조만간 리눅스의 보급과 맞물려서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될 가능성이 보이지만 당장은 아닌 것 같다. 대기업에서 자기네 회사 컴퓨터의 데스크탑을 모두 리눅스로 바꾸거나 나라에서 지원하는 컴퓨터에 리눅스가 깔려서 나오지 않는 한 어려울 것 같다. 생각해 봐도 뾰쪽한 수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명단이나 만들어서 기업 이미지 손상이나 시키고 다닐까? 운 좋으면 한군데쯤 좋은 일 할지도 모르는데.

덧글

  • 에쓰군 2004/07/01 12:45 # 답글

    제가 예전에 쓴 글이지만... 우연히 보게되어서 트랙백날렸습니다. 맘에 안드시면 삭제하셔도(;;)

    아- 처음뵈요 반갑습니다(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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